2019년 11월 2일
[행복한여행]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났다.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까이 있었지만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산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봉우리를 우리는 그냥 600고지라고만 불렀다.
언젠가 꼭 한번 올라가 보리라 생각했지만 50여년이 흘렀다.
이번 여행은 추억을 더듬어 방장산 정상을 오르는 일이다.
그곳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를 쉼 없이 달리는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열 번, 백번을 말하고 또 들었는데도 고향 이야기와 어린 시절 이야기는 처음 말하고 듣는 것처럼 새롭고 재미있다.
매번 같은 이야기가 반복 되지만 그냥 즐겁게 또 듣고 추억한다.
60십이 넘은 우리들은 지금 국민학교 시절로 돌아가 있다.
복숭아 훔쳐먹던 이야기... 산 새알 줍던 이야기... 싸우고 울고... 부모님이 농사일만 시켜 친구와 놀지 못하고 아쉬워했던 이야기 등 대화 주제가 넘치고 넘친다.
고창에 도착하여 간단히 점심으로 먹고 방장산으로 행했다.
옛날 장성으로 넘어가던 꼬불꼬불 산길을 상상했지만 잘 닦여진 길은 바로 방장산 초입에 있는 자연 휴양림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단풍들이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방장산에 오르다]
처음부터 가파른 언덕이다.
일 년 동안 숨 가쁜 운동을 해 본적이 없다.
겨우 동네 한 바퀴 걷는 운동이 전부였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이라서 그런지 처음부터 숨이 가쁘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몇 발자국 걷고 헉! 헉.
친구들도 힘들어 하지만 나 보다는 다 잘 오른다.
주변이 편백나무 숲이다.
편백나무 숲은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잠시 편백나무 숲의 향기를 만끽해 본다.
헉! 헉! 오르다 보니 조금은 평지 인 듯 한 길이 나온다.
준비해간 음료수와 과일로 목을 축이고 휴식을 취했다.
친구들 중에는 한명도 방장산 정상에 올라 본 사람이 없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뒤따라온 다른 일행이 방장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 중 한 명이 정상가는 길을 손짓으로 알려 준다.
뒤따라온 다른 일행들은 친구가 가리키는 곳으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올라간다.
우리도 휴식을 끝내고 다른 일행 들이 올라갔던 곳으로 오르기 시작 했다.
숲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봉우리가 나왔다.
정상에 왔다고 생각했다. 앗, 그곳은 정상이 아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방장산정상이 아닌 것이다.
아!!! 두 시간 동안 올랐던 봉우리가 방장산 정상이 아니라니...
멀리 보이는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였다. 아마 저곳이 정상일 게다.
다시 저곳으로 갈 것인지 여기서 그냥 하산 할 것인지 고민한다.
정산을 오르려면 내려가서 다시 처음부처 시작해야 할 판이다.
앞서갔던 다른 일행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산을 헤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진다.
일단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다 보니 산길이 끊겼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겨우 등산로를 찾았다.
모두가 조금 지쳐 있었다.
그냥 내려가자는 친구와 그래도 정상을 가자는 친구로 나뉘어졌지만 나는 올라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다시 처음부터 오르기 시작...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겠지... 힘이 들어도 오르자.
가다 쉬기를 반복... 등산하기 힘든 산은 아니지만 나이 탓인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걸음, 한걸음...
어릴 적 멀리 보였던 산봉우리를 육백고지로만 알고 지냈던 추억을 더듬어 처음 오르는 고향의 산 방장산...
산 중턱에서 잠시 쉬는데 친구가 후지뽕 나무를 발견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산 아래에서 흐드러지게 열렸던 후지뽕 열매를 배부르게 따 먹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때를 생각하며 친구가 따준 열매를 먹었다.
정말 맛이 없다. 비위가 상할 정도의 맛이다. 그때 맛 없는 이 열매를 먹었다니. 그때는 맛있게 먹었는데...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 무엇을 먹은들 맛이 없겠는가?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 가까워 온다. 마지막 힘을 모아 걸음을 재촉한다.
드디어 정상이다.
해발 743미터, 이전에 올랐던 다른 산 정상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나이 탓으로 힘겹게 오른 정상이다.
산 아래 저수지도 보이고 고기를 잡았던 냇가도 보인다.
냇가를 따라 물고기를 잡으며 하염없이 내려가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 면 너무 많이 내려 왔다 싶어 겁이 나 발가벗은 채로 둑을 따라 올라 왔던 일들이 화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고향 마을이 보인다. 내가 살았던 고향 집도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다. 정겹다.
모두들 어릴 적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 한다.
지금 마음은 초등학교 시절 마음 그대로이다.
초등학교 시절 형을 졸라 산에 나무하러 갔던 일이 생각난다. 대나무 살을 엮어 만든 도시락에 보리밥 김치를 싸고 소풍가듯 따라갔던 추억, 친구 따라 칙을 캐러 갔다가 칙은 캐지도 못하고 돌아 왔던 일,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아름다운 고향의 추억들은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행복함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 왔다.
다리가 후들후들 하다. 다리가 저리고 발바닥이 저리다.
다행이도 무릎은 괜찮다.
한참을 내려와 출발했던 주차장에 도착 했다.
방장산 정상에 오르지 않았다면 후회 했을 것이다. 힘들어도 끝까지 오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로 이동
휴휴재폔션... 고창 선운사 가는 길목에 위치한 펜션이다. 자주 가던 고창복분자펜션 길 건너에 있는 펜션이다.
도착해 보니 일단 맘에 든다. 정면으로는 아름다운 바위산이 보이고 듬성듬성 물들어 있는 단풍들이 보인다.
숙소 옆에 감나무에 단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주인의 허락으로 감 몇 개를 따 먹었다. 맛이 들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내가 좋아 하는 흙돼지 두루치기, 볶음 등 맛깔스런 저녁식사였다.
즐거운 오락 시간...???
태클맨이 없어서인지 처음으로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따뜻한 방이 피곤하고 힘들었던 몸을 녹이게 한다.
웅성거림에 잠을 깼다.
나이 탓인지 일찍 일어난 친구가 궁시렁 거리는 소리다.
새벽 5시다.
새벽잠이 없는 늙은 할배 아니라고 할까봐 그러는 건지 텔레비전을 켜고 곤히 자는 모두의 잠을 깨 버렸다.
고창읍내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초등하교 2학년 초까지 다녔던 곳,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녔던 곳이다.
2학년 때 이사를 가면서 지금의 친구들을 만났다. 행복했던 추억보다 잊고 싶은 추억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 친구들과 인연과 추억은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다.
콩나물 해장국으로 식사를 마쳤다.
작은 가게에 손님들이 몰려든다. 우리는 일찍 온 탓에 기다리지 않고 아침을 먹었다. 일찍 일어난 할배 덕분이다. 할배에게 감사...
[고창문수사]
처음 가보는 곳이다. 작은 규모에 절이지만 아름다운 절이다. 오래된 아름드리나무 숲을 돌아 문수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곳곳에 단풍들이 아름다음을 더했다.
절 입구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 했다.
행복한시간이다.
더 이상의 행복과 편안함이 또 어디에 있을까?
삶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하였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들의 표정만으로도 행복 하리라...
[변산채석강]
채석강의 추억은 어릴 적 아버지와의 추억이다.
유일하게 채석강에서 찍은 아버지와의 추억의 사진이 있다.
지금은 그 사진이 없어 졌지만 사진의 배경만큼은 머릿속에 남아 있다. 내가 4~5살쯤의 일일 것이다.
여기에 왔던 기억은 없다.
다만 사진속의 기억일 지라도 그냥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가끔 채석강에 오기도 한다.
지난번 왔을 때에는 바닷물이 만조라서 채석강에 들어가지 못했다.
다행이도 이번에는 바닷물이 빠져 채석강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채석강은 그대로 인데 지금 우리들은 세월 흔적으로 서있다.
10년 후 또 이곳에 서 있을 때는 어떤 모습 일까?
지금 이순간이 가장 젊을 때다.
지금처럼 행복함이 계속 되기를 희망해본다.
[내소사]
예전에 한번 가본 곳이다.
단풍구경을 온 사람들이 많다.
내소사는 고창선운사의말사라고 한다. 학교로 따지면 분교인 셈이다.
전나무 숲을 따라 걷다 보니 절이다.
양반집을 닮은 내소사 설선당이 눈에 들어온다.
설선당의 무쇠 솥이 제법 크다. 많은 스님들이 이곳에서 수행 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봄에 볼 수 있는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봄과 가을에 핀다는 춘추벗꽃이라고 한다.
특이하다.
여행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변산 바닷가 근처에서 먹은 바지락 비빔밥과 칼국수가 일품이다.
오는 길
끊임없이 이어지는 극좌파와 극우파의 설전을 자장가 삼아 행복한 꿈을 꾸었다.
또 다른 아름답고 행복한 여행을 꿈꾸어 본다. [2019.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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